어느 날 소크라테스는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 중에 하나가 대뜸 소크라테스에게 “너 어디서 오는 거야? 알키비아데스와 놀다 왔지?”하며 다그친다. 알키비아데스는 당시 10대 후반의 나이로 아테네 최고의 미남, 곧 ‘섹시 가이’로 소문이 자자했다. 맞다. 그날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와 함께 있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맞아. 그러나 난 그 녀석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지.”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키비아데스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아테네에 또 있었던가? 소크라테스는 그 사람 때문에 알키비아데스가 곁에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고백했다. 도대체 누굴까? 그는 압데라 출신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였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보게 친구, 가장 지혜로운 것이 어떻게 더 아름다워 보이지 않겠나?”(플라톤, 『프로타고라스』 309c) 소크라테스의 말대로라면, 프로타고라스는 지혜롭기에 아름답고, 요즘말로 하면 ‘뇌섹남’인데, 뇌섹남은 알키비아데스와 같은 얼짱, 몸짱보다 더 아름답고, 더 섹시하다는 것이다. 사실 ‘아름답다’로 번역된 그리스 말 ‘칼로스’(kalos)는 ‘생김새가 좋은’(eueidēs) 외모, 즉 육체적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꼽히는 이는 단연 헬레네다. 스파르타의 공주로 태어났지만 실은 제우스의 딸이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여인 레다에게 반하여 백조로 변신하였고, 그녀가 거니는 호숫가로 날아들었다. 그 이후 레다는 두 개의 알을 낳았다. 헬레네는 그 알을 깨고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나자 세상은 눈부시게 빛났다. 그녀를 본 남자들은 매혹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아테네 건국 영웅 테세우스였다. 그와 헤어진 이후에는 그리스의 영웅호걸들이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며 스파르타로 모여들었고, 그녀가 메넬라오스와 결혼한 뒤에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가 그녀를 납치해가자 그녀를 되찾는 전쟁에 모두 참여할 정도였다. 트로이아인들은 대규모 연합군이 쳐들어 왔을 때, 헬레네를 지키기 위해 10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감수하였다. 트로이아 원로들의 말이다. “비난할 게 없소. 트로이아인들과 멋진 경갑을 찬 아카이아 인들이/ 저와 같은 여인을 두고 기나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겪었다 해도 말이오./ 놀랍잖소, 그녀는 눈으로 보기에도 죽음을 모르는 여신을 꼭 닮았소이다.”(3.156-8) 그녀는 아름다움의 화신이며, 그녀의
플라톤의 『크라티아스』라는 작품에는 주인공 크라티아스가 아테네의 선조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테네 도시 중심부에는 시민의 수호자이며 지도자인 군인들이 검소한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아크로폴리스 바깥쪽 비탈 아래에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 공급하는 수공업자들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부들이 있었단다. 이들에 관해 크라티아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항상 자신들의 땅과 그리스를 정의롭게 통치하였고, 신체의 아름다움에서나 영혼의 모든 훌륭함(또는 덕)의 측면에서 유럽과 아시아 전체에 두루 알려져, 당시의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명성이 자자했던 사람들이었다.”(112e) 한편 아테네 바깥 지역에는 농부들에 의해 잘 가꾸어진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농부들에 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philokalos) 좋은 천성을 가진 사람들로서 최상의 기름진 땅과 풍부한 물을 갖추고 있었으며, 지상에서는 최적의 계절과 기후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일세.”(111e) 이 작품에 그려진 아테네는 중국의 요순시대에 버금갈만한 이상국가의 면모를 갖추었는데, 유독 아름다움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띤다. 신체의 아름다움이 영혼의 탁월성, 훌륭함
삶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고유한 모습을 띠게 마련이다. 옛 그리스 사람들은 ‘필로’(philo), 즉 ‘사랑, 친구’라는 말이 붙은 말로 사람들의 가치관을 표현하였다. ‘돈과 부(富)를 사랑하는 사람’(philochrēmatos)이 있는가 하면 ‘권력을 사랑하는 사람’(philarchos)도 있었다.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philotimos), ‘도시 공동체를 사랑하는 애국자’(philopolis),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philomousos)도 있었다. 물론 ‘술 좋아하기’(philoposia)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philosophos=철학자)와 ‘배움을 사랑하는 사람’(philomatēs)에 대한 표현도 문화적 황금기를 이룬 그리스 고전기(기원전 5세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이 삶을 허투루 살지 않기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가장 행복한 삶을 살며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뀔 수 있다.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던져보았을 질문이다. 이 질문
그리스 로마 신화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은 누구일까? 질문을 던져놓고 나니, ‘매력적’이라는 말이 이미 정해진 답을 함축한 것처럼 보인다. 라틴어로 매력은 베누스(venus)니까. 로마의 천재 시인 카툴루스는 이런 시를 썼다. “퀸티아는 많이들 아름답다 하지. 내가 봐도 눈부셔, 훤칠해/ 늘씬해. 그것만은 나도 인정해./ 하지만 아름답다 할 순 없어. 매력이 없거든./ 호리호리한 몸매에 소금 한 톨이 없어./ 레스비아는 아름다워, 예쁜 건 다 가졌지./ 왠지 알아? 모든 여자들의 매력을 모두 그녀 혼자 훔쳐갔거든.” 퀸티아에게는 없지만 레스비아에게 있는 것, 모든 여자들이 도적질 당한 것, 그녀 혼자 다 훔쳐간 것, 그것이 매력인데, 카툴루스는 그것을 ‘베누스의 특성’(venustas), 모든 ‘베누스들’(veneres)이라고 썼다. 그것을 마치 음식에 마지막 맛을 완결 짓는 소금으로도 비유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퀸티아는 사귀어보면 소금이 안 들어간 밍밍한 음식 같이 매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음식을 맛깔나게 하는 소금 같이 여성을 매력적으로 빛나게 하는 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인간 너머 신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해서, 로마